행복한여행 북한산 둘레길 따라 걷는 주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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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에서 편안하게 걷는 길, 구름정원길에서 마실길까지
아침 일찍 캠핑장에서 나와 구름정원길로 향했다. 서울둘레길의 8-1구간인 구름정원길은 산행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 이야깃거리로 속이 꽉 찬 길이다. 구름정원길은 북한산 생태공원 상단에서부터 ‘진관생태다리’까지 전체 길이 5.4km의 난이도 중급 코스이다. 쉬엄쉬엄 걷는다면 3시간이면 충분하다.
지하철을 타고 불광역 2번 출구로 나갔다. 구기터널 방향으로 직진하면 서울둘레길 안내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아파트 옆길을 올라가면 서울둘레길 스탬프시설이 나온다. 바로 이곳이 길의 시작이다. 구름정원길이라 알리는 아치문을 지나 몇 계단을 오르면 왼편에 대한불교 조계종의 작은 사찰 ‘불광사’가 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지금도 부르고 있는 ‘불광동’이란 행정동명이 바로 이 ‘불광사’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태국 왕립 사원 ‘왓벤져’에서 온 부처님 사리 3개가 보존돼 있다. 불광사를 둘러보고 발걸음을 옮겨가면 구름정원길의 최고 조망소인 ‘하늘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는 은평구 일대가 손에 잡힐 듯 훤히 내려다보였다. 초겨울 바람이 소나무·잣나무의 진한 향을 실어왔다.
스카이워크를 지나 서쪽으로 30분 더 가니 수레(정진)공원’에 이르렀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으며 쉬었다. 가져온 과일, 간식을 먹고 다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걸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청기와지붕이 내려다보인다. ‘선림사’다.
드디어 구름정원길 탐방의 마침표를 서울시기념물 제24호인 ‘화이군묘역’에서 찍는다.
곧 이어지는 제9구간 마실길은 진관생태다리부터 시작된다. 걷다보니 길쭉길쭉한 은행나무숲이 나온다. 마실길은 은행나무숲이 포토존이라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금은 잎이 다 떨어져 쭉 뻗은 몸통만이 남아있는데,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부부로 보이는 청솔모 한 쌍이 날쌔게 나무 사이를 오고간다. 걷다보니 이제 오늘 여행의 마지막 구간인 내시묘역길이 나왔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내시묘역길
옛날 내시들의 묘가 위치한 이 구간에서는 군신의 예를 목숨처럼 여기며 왕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던 내시들의 역할과 삶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짤막한 숲길을 나오자 마을의 경로당이 보이고 작은 기념비가 서 있었다. 비문을 읽다보니, 갑자기 마음이 욱신거렸다.
‘너의 그 사랑이 잠긴 못’이라는 뜻의 ‘여기소’터에는 슬픈 사랑이 담겨 있다. 숙종 때 북한산성을 쌓을 때 어느 기생이 낭군을 보러 왔으나 그를 못 만나고 못에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성곽 쌓기를 잠시 멈추고라도 만나 주지.’ 하는 생각과 이젠 이름도 없이 전설만 있구나 하는 아련함이 든다.
‘백화사’라는 절을 지나 아기자기한 길을 따라 걸었다. 3개의 이름 없는 무덤 옆에 반갑게도 간이화장실이 있었다. 밤에 가면 으스스할 것 같다. 8m 높이의 투명 발판이 설치되어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둘레교’도 지나가보았다. 내시묘역길은 많은 무덤들과 함께 중간중간에 원효봉, 인수봉 등으로 갈 수 있는 탐방로가 마련돼 있어서 길이 조금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구간인 듯하다. 이곳이 북한산성 입구이기도 해서 음식점들이 많아 자주 허기가 지는 나 같은 사람도 좋아할 것 같다.



